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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의 봄 꽃(2025년 3월 25일)

물배(mulbae) 2025. 3. 26. 17:21

통도사의 봄 꽃(2025년 3월 25일)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다. 건조한 날씨에다 강풍까지 겹쳐 전국적인 산불 때문에 세상이 온통 난리다. 더구나 미세먼지 때문에 먼 산도 희뿌옇게 보이고 산길도 건조하여 먼지가 푹석푹석 날린다. 그래도  산기슭에는 여기저기 진달래가 붉게 피어 있고, 길옆에 늘어선 벚나무는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축서암 고목 백매는 이미 꽃이 져서 시들어가고 요사체 앞 뜰에  있는 한 그루 백목련도 그토록 새하얗던 꽃 잎의 흰 색깔이 빛이  바래어가고 있다. 축서암 가는 길에는 엉겅퀴 새순이 봄동 같이 납작하게 돋아나고 있기에 가시에 찔려가면서 몇 포기 캐고, 그 옆에 있는 쑥도 한줌 뜯어 가방에 넣고 비로암 가는 길로 터덕터덕 걸어간다.
 
 비로암 계단 아래에는 지금 한창 꽃이 핀 천리향이 짙은 향기를 뿜어내고, 법당 뜨락의 화분에는 호접란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산정약수 물 한잔을 마시고 극락암으로 간다. 극락암에도 꽃이 많다. 먼저 삼소굴 마당에 있는 몇 그루 고목 산수유나무에는 지금 샛노란 산수유 꽃이 만개하고 있고, 뜰에는 할미꽃이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본전 옆 마당의 홍매화는 이미 시들었어도 그 옆의 백매는 지금 한창 꽃이 만개해 있고, 여여문 앞 마당에 새로 지은 건물 옆에 있는 키 큰 백목련 나무에는 듬성듬성하지만 커다란 꽃잎을 예술적으로 매달고 있다.
 
 극락암을 나와 차도로 안양암으로 갔다. 먹던 물을 버리고 안양암 주차장 옆에 있는 영천약수를 한 병 받아 배낭에 넣고, 곧 보물로 승격할 예정인 북극전을 기념삼아 한 컷하고 통도사 경내로 들어갔다.
통도사에도 봄 꽃은 많다. 자장매는 이미 시들어 떨어졌지만 그 옆의 오향매와  청매는 아직 매향을 내뿜고 있고, 일주문 옆 능수매는 꽃잎이 시들어 가나 그 옆의 살구꽃은 지금이 한창이다. 이래저래 봄은 봄이다.
     
         민요 “사철가”의 가사가 유난히 가슴에 와 닿는 봄날이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 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 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 있나/
봄은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옛 부터 일러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삭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 단풍도 어떠한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며/ 은세계가 되고 보면/ 월백 설백 천지백 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세월도 덧없이 흘러가고/ 이 내 청춘도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어라/ 아까운 청춘이 다 늙는다.-------“
 

축서암

비로암

천리향

극락암

삼소굴 담버락 뜰

삼소굴

산수유

극락암

안양암 북극전(보물로 지정될 예정)

오향매

살구꽃

능수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