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의 생활/사진 일기

꽃(군자란과 대명석곡) 이야기(2014년 3월 27일-31일)

물배(mulbae) 2014. 4. 14. 11:30

 

꽃 이야기(3월 27일, 31일)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우리 집 발코니에 있는 군자란과 대명석곡이 화려한 꽃을 피웠다. 花無十日紅이라고 아무리 화려한 꽃도 그 아름다움을 열흘을 넘기기 힘들겠지만 지금 이 초봄, 기세 좋게 돋아나온 꽃대 위에 화려하게 피어있는 꽃송이들을 바라보니 그 姿態가 너무 아름다워 혼자 보기 너무 아쉬워 사진에 남긴다.

 군자란은 이름 그대로 君子답게 우아하고 화려하지만 향기가 없다. 반면에 대명석곡은 꽃도 아름답지만 향기 또한 장난이 아니다. 蘭香이라 香氣 자체는 우아하지만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향내가 너무 짙어 실내에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느끼는 것이지만 꽃의 香氣란 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식물이 꽃을 통해 향기를 내뿜을 때만 향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침 발코니 문을 열면 향기가 거실까지 가득 진동하다가도 저녁때가 되면 꽃 가까이 코를 대어 봐도 향기를 거의 맡을 수가 없을 정도로 미미하여 짙고 얕음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 식물 자신이 조건에 따라서 간헐적으로 時時 때때로 향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기야 꽃의 향기란 식물 자기 자신의 문제이지 향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가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