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의 생활/日常에서 11

삼밭골 약수정 가는 길(2024년 9월 19일)

추석이 지났는데도 폭염이 계속되는 이상 기후의 날씨다.80년대 후반부터 일주일에 한 두번씩 수 십년 동안 다니는 금정산 삼밭골 약수정, 오며 가며 찍은 사진을 올린다. 내가 살던 장전동 옛 동네를 지나며 옛날 복개천 도로에 심겨져 있던 아름드리 느티나무 가로수를 기억하기 위해 조성했다는 터널 위 공터에 조성한 '수림 뜨락'도 들리고 오랜만에 법성사 앞 길로 해서 삼밭골로 갔다. 날씨는 분명하게 여름인데도 꽃은 날씨와 무관하게 가을 꽃이 피었다. 부산대 울타리 비탈진 언덕에는 계요등 넝쿨이 꽃을 달고 있고, 자리공도 열매를 맺고있다. 개울가에는 물봉선과 닭의 장풀이 예쁜 꽃을 매달고 있고, 여느 집 화단에는 천리홍과 이름도 어랴운 멜랑포디움괴 채송화가 예쁘고, 담벼락에 붙은 유홍초도 한껏 자태를 뽐낸다. ..

봄 꽃(2024년 3월 16일)

* 삼밭골 가는 길, 부산대 진리관 앞 화단에는 할미꽃이 고개를 숙이고 있고 금정산에는 일찍 핀 진달래가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 우리집 베란다에는 금년따라 유독 기세 좋게 꽃을 피운 대명석곡(화분 3개)에서 내뿜는 진한 꽃 향기가 온 집안을 진동시키고 있다. * 그러나 군자란은 예년보다 꽃이 화려하지 못하다. * 그래도 어김 없이 봄은 이미 와 있다.

꽃무릇(2023년 9월 18일)

삼밭골 가는 길, 장전동 '어울마당' 길 옆에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 무릇을 보고 옛날에 썼던 '꽃 따로, 잎 따로'가 생각나 다시 올린다. 꽃 따로, 잎 따로 내가 세(貰)들어 살고 있는 이 집 정원에는 이름 모를 한 포기 꽃이 있습니다. 지난 가을 우리 가족이 이 집으로 이사를 한 지 약 4개월쯤 지났을까한 비 온 뒤의 어느 상쾌한 초가을 아침, 정원의 한 귀퉁이에 느닷없이 나타난 기다란 꽃대 위에 현란하게 피어있는 세 송이의 꽃을 발견하곤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런데 그 꽃 주위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당연히 있어야할 잎사귀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잎사귀가 없는 꽃이라니! 너무나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건 마치 허허한 모래벌판 위에 드문드문 꽂아 놓은 세 송이 조화(造花)마냥, 땅의 요정이 부린 요..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야기(2023년 4월 22일)

日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야기(2023년 4월 22일) 어제 온천장 목욕탕 온탕 안에서 갑자기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며 生과 死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느꼈다. 사람이 죽으려고 하면 참 쉽게 죽는구나, 그러니 사는 날까지 재미있게 살아야겠다라고 다짐한 날. 오늘 오래된(80년대부터) 친구들의 부름을 받고 남산동 '순이네 보리밥집'에서 술을 한잔하고 너무 일찍 끝나 혼자 온천천을 걸었다. 川邊 화단에 심겨진 팬지꽃을 보며 옛날 어떤 여인이 팬지꽃 한 송이마다 침팬지 얼굴이 한 마리씩 들어있다고 하여 팬지꽃을 볼 때마다 침팬지를 연상하며 사진을 찍고, 물고기를 노리는 왜가리도 찍으며 남산동에서 부산대역까지 와서 다시 구서역까지 걸었다. 구서역 2층 역사내에 자리한 운암 황해수 화백의 ‘갤러리 영’에 들..

招待(馬山高 在釜 42會 同期會)

招待(재부 마산고 42회동기회) 이렇게 불러줘서 너무 고맙다. 2016년인가 38회 3학년 3반 반창회를 마산에서 했는데 그 때 인사말을 할 때, 이렇게 招請하는 것은 80살(그 때 내 나이 71살)은 너무 늙었을 것이니까 77살(喜壽)까지만 초청하라고 했었는데 지금 그 나이가 되고 보니 그 때 내가 말을 잘 못한 것 같다. 아직은 몇 년 더 초청만 하면 참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나하고 띠 동갑인 나의 고등학교 선배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세 가지 血緣, 地緣, 學緣 중에서 지금은 앞의 둘은 없어진지 오래고 마지막 學緣만 남았다고 하던데 맞는 말인 것 같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결혼을 안 한다고 하거나 결혼을 해봐야 애는 낳지 않고 개만 끌어안고 사니 血緣은 반..

금정산 약수터(삼밭골) 가는 길에서(2022년 4월 1일)

금년에도 어김없이 봄이 왔다. 봄은 산 아래에서 부터 올라가고 가을은 산 위에서 내려온다고 했던가? 금정산 약수터 삼밭골 가는 길, 부산대 캠퍼스에는 벚꽃이 만개했고, 기숙사(진리관) 등나무 휴식소 정원의 할미꽃(작년에 어떤 사람이 한 무더기를 파가고 남은 군락지)도 벌써 고개를 숙이고 산자락에는 진달래가 만발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