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의 생활/여행과 사진

임시수도대통령관저와 임시수도기념관 -2

물배(mulbae) 2022. 12. 10. 20:23

 19879월에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관사로 지어졌던 이 건물은 검찰청사의 이전에 따라 2002년 임시수도 기념관 영상관으로 개편되었고, 2012년 전면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임시수도 시기 부산 피란민들의 생활상과 당시의 정치, 경제, 문화상을 보여주는 전시공간으로 개편되었다. 전시공간은 로비’ ‘피란길’ ‘한국전쟁과 삶’ ‘국제시장’ ‘밀다원’ ‘임시수도 1000이하는 주제로 전시되어 있으며 당시의 정치, 행정, 경제의 실상이 조명되어 있다. 로비에 들어서면 우리에게 익숙한 피란길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전쟁과 삶의 주제로 된 방에는 한국전쟁발발과 국제전으로 확전된 과정, 전쟁터로 아들을 보낸 아버지의 위문편지, 군번, 북한군 물통 등이 전시되어 있고 부산 피란민의 일상을 보여주는 판잣집도 한 귀퉁이에 전시되어 있다.

  피란민의 삶과 일상을 다룬 국제시장을 주제로 전시된 방에는 피란 온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시끌벅적한 도떼기시장인 국제시장의 옛 모습과 부산의 대표음식인 밀면을 파는 식당, 피란작가들의 생계를 도운 대한도기, 피란학교의 모습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 한국전쟁기 1.4후퇴를 전후한 피란시절, 갈 곳 없는 문인들의 안식처였고, 찾기 힘든 동료들의 연락처로서 일할 곳이 없는 작가들이 몰려들어 문인들의 문화사랑방으로 대표되는 밀다원시대(1955년 작, 김동리의 단편소설)를 연 밀다원(광복동 다방 이름) 방에는 김동리, 황순원, 구상을 비롯한 많은 작가의 작품과 벽에는 김환기, 김창열, 송혜수 등의 화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또 임시수도 1000일을 주제로 전시된 마지막 방에는 부산에서 일어난 정치적 사건이나 임시수도 시기 정부부처의 위치와 모습, 戰時 행정이나 1951년의 정부예산서, 상공업지도, 직업별 명부, 임시수도 부산의 주요 산업체들의 생산품등이 전시되어있고 戰禍에서 再建과 부흥으로 폐허 위에서 일어서다라는 戰後 복구문제와 부산직할시 승격이라는 에필로그도 눈에 띈다.

 기념관을 나와 밖으로 나오면 정원에 설치된 아크릴 판에 부착되어 있는 간판에 이승만 대통령의 대내외 활동, 부산정치 파동과 발췌개헌, 휴전과 대통령의 환도, 한국전쟁과 부산 피란민, 피란민의 증가와 판잣집의 난립, 화마의 도시 부산, 피란민의 삶과 일상, 부산 음식 밀면, 한국전쟁과 부산 산동네의 형성, 산업화와 산복도로, 판잣집 철거와 산동네의 아픔, 피란예술가들과 부산, 전쟁과 피란예술가들의 삶, 임시수도 부산과 대중가요, 피란학교(천막) 등을 읽어보는 재미도 있다. 또한 정원수에 모과나무가 장미과라는 사실과, 대나무(기념관 뒤편 정원에 있는 무성한 대나무 이대)가 벼과에 속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역시 구경 한 번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