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의 생활/여행과 사진

태종대 한 바퀴(2022년 7월 6일)

물배(mulbae) 2022. 7. 8. 14:03

태종대 한바퀴(202276)

 

  덥다. 아직 절기상으로는 초여름인데도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운 날씨이다. 특히 봄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올해의 태종사 수국은 꽃이 볼품없다는 소문도 들었고 꽃이 만개할 철도 조금은 지났지만 그래도 한 번은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태종대를 찾았다. 버스에서 내려 먼저 법융사에 들러 그나마 조금 피어있는 수국을 출사한 후 황칠나무가 심겨져 있는 순환도로 옆 숲길을 따라 태종사로 갔으나 예상대로 수국은 역시 별로였다. 태종사를 나와 6.25참전 영도유격부대 유적비를 거쳐 태종대 등대로 갔다.

 등대에서 바라보는 빼어난 해안절경과 낙석위험으로 지금은 출입이 금지된 망부석바위와 신선바위 부근의 계단처럼 생긴 바위들을 보며 옛날 제30회 전국과학전람회(1984)에서 태종대 해안에 분포한 호온 펠스 중의 구상암에 관한 연구로 특상을 받았던 때, 이곳 절벽과 해안을 자주 찾던 옛 추억을 떠올렸다. 영도 동삼동 해녀촌 해변과 자갈마당 등을 헤매던 그때도 아마 무더운 여름이었고 그것을 계기로 수석에 취미를 갖게도 되었었다고 생각하니 더욱 감회가 새롭다. 폐쇄되기 전에는 등대에서 망부석 바위로 내려가는 좁은 길 옆 바위에 붙여놓은 태종대 호온 펠스 지질구조에 대한 설명 안내서를 보고 문교부장관 특상을 받은 일로 청와대 영빈관 만찬 초청도 받았다고 친구들에게 자랑도 했었는데 지금은 절벽과 망부석 바위가 있는 너른 바위 위에 앉아 사진을 찍던 그곳을 갈 수 없어 무척 아쉬웠다. 아마도 앞으로도 영영 갈 수 없으리라.

  등대를 둘러보고 계단을 올라와 순환도로를 따라 가다가 救命寺라는 조그만 절에 들려 구명사의 창건비화를 읽고 자살바위에 얽힌 비화와 순환도로를 건설하면서 순직한 육군건설공병단 장병 4명의 순직비를 보며 지금 같으면 온 세상이 난리법석이었을 사건이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는 사건으로 묻혀 질 수 있었다는 隔世之感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생명의 소중함은 똑같은데 불과 50여 년 전의 일인데도 왜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일어났던 일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질까? 세상이 바뀐 것인지 내가 바뀐 것인지.

  구명사를 나와서 원양어업개척비가 있는 전망 좋은 바위로 갔다. 한국수산개발공사 소속 남해호에 승선했다가 불의의 사고로 이역만리 피지에서 순직한 원양어업선원 6인의 개척정신을 길이 전하고 기념하기 위하여 19696월 건립하였다는 이 개척비에도 가난했던 지난 시절의 애절함이 서려있는 우리들의 아픈 역사의 한 단면이 아닐까? 이렇게 태종대는 둘러볼 곳이 많다. 다뉴브열차를 타고 편히 앉아서 겉만 훑지 말고 땀 흘려 걸으면서 곳곳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태종대를 나와 감지해변길을 거쳐 절영산책로를 걷기로 한 처음 계획은 날씨가 너무 더워 여기서 끝마치기로 했다. 이렇게 더운 날 내 몸도 내 마음대로 못하겠느냐는 浩氣와 함께.

법융사 수국

황칠나무

태종사

태종사 수국

영도 유격부대 전적지비

자귀나무

망부석 바위와 신선바위

태종대 등대

구명사 창건비화

원양어업 개척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