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의 생활/여행과 사진

아미동 비석 마을(2023년 7월 24일)

물배(mulbae) 2023. 7. 24. 15:42

피란수도 유산문화재 -3, 아미동 비석 마을(2023724)

 

  프로복싱 전성시대 추억의 80년대, WBC 라이트급 세계챔피언을 15차 방어에 성공하여 국제복싱 명예의 전당에 한국 최초로 입성한 전설적 복싱 영웅 장정구 선수(38승 4패, 17KO)를 모티브로 금년 하반기 개봉예정인 영화 산복도로에 대한 부산일보 기사를 읽고, 그의 유년시절을 싸움꾼으로 골목길을 누볐다던 아미동 산동네 비석마을이 생각나서 작년(202386)에 피란수도 부산문화재 답사 때 촬영해둔 사진을 다시 끄집어내게 되었다.

 다녀온 사람은 알겠지만 이곳 비석마을은 일제강점기 당시에는 일본사람의 공동묘지가 있던 곳으로 6.25전쟁 중 부산으로 밀려든 갈 곳 없는 피란민들이 이곳 공동묘지에 움막을 지어 정착하면서 형성된 마을로서 그 당시에는 집을 지을 마땅한 資材가 없던 시절이라 이곳에 널려있는 碑石床石으로 축대를 쌓고 주춧돌과 계단을 만들어 움막 같은 집을 지어 살았던 마을이다.

 우산을 펴서는 지나갈 수도 없고, 맨몸으로 겨우 한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 양옆에는 마당도 없이 다닥 다닥 붙어있는 집들과 작은 창문만 있는 컨테이너 박스 같은 집들이 즐비하고, 오르막 골목길 사이로 난 계단이나 축대로 쌓은 담장이나 집으로 올라가는 디딤돌에는 피란민들이 그때 사용하였던 비석과 상석들이 지금도 곳곳에 박혀있는 것을 볼 수 있어 한국근대사의 아픔의 역사와 그 시절 피란민들의 힘들었던 삶의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다.

 골목길을 돌다 보면 '비석문화마을'로 이름 붙여진 골목이 나오고 투명 아크릴(?)로 둘러싸인 보여주기 위한 모델하우스인 비석 위의 집’도 있고, 1950-60년대 피란민들의 생활사를 보여주는 피란생활박물관, 쪽방 이발소, 비석상회라는 구멍가게, 봉제공장, 제봉틀, 비석사진관 등 그때 그 시절을 살아온 우리 또래의 사람들에게는 가슴 찡한 옛 추억을 상기시켜 주는 좋은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골목길을 돌어 나와 산복도로에 들어서면 구름이 쉬어가는 전망대’가 나오고 전망대에 올라서니 익살스러운 도깨비와 교복 입은 남녀학생 조각 사이로 까까이에는 아미동과 부산 서구은 물론 용두산공원과 남항일대와 영도가 힌눈에 들어오고  멀리는 부산항대교를 따라 해운대까지 서부산 전체를 조망하고 대한민국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최민식 갤러리로 갔다. 점점 초라해지는 전시관에 들어가니 그 유명한 두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여인을 비롯한 너무나 익숙한 많은 사진들이 낮은 곳으로’ ‘숨소리’ ‘이웃’ ‘미소’ ‘희망’ ‘역사 속으로라는 다양한 주제로 전시되어 리얼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덤도 얻었다.

 또한 현재에는 비석마을이 역사적인 보존 가치가 인정되어  '피란수도 유산 부산문화재'로 등재되었고 '원도심 산복도로 르네상스사업도 진행되고 있어 부산 서구청의 적극적인 지원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비석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도시재생, 산복도로 르네상스사업 등으로 희망적인 마을로 바뀌고 있다고 하니 사라지기 전에 한번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되어 여기에 올린다.

 

 

 

아미동비석문화마을

계단이 비석

담장이 비석

구름이 쉬어가는 전망대

비석 위에 세운 집(모델 히우스)

 

구름이 쉬어가는 전망대 

최민식 갤러리

최민식 겔러리

감천마을의 옛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