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천정 벚꽃길(2022년 4월 5일)
고목이라고 무시하지 마라. 고목에도 꽃이 피고 고목에 피는 꽃도 아름답다. 썩은 둥지를 시멘트로 땜질하여 상처투성인 수령 100년 안팎의 늙은 벚나무 300여 그루가 길 양쪽으로 벚꽃터널을 이루고 있는 봄날의 작천정 벚꽃길을 걷는다. 바람이 불면 눈꽃송이 마냥 흩날리는 꽃잎을 보며 벚꽃과 같이 꽃이 먼저피고 잎이 나중에 돋아나는 나무는 잎이 돋아나기 위해서 꽃을 밀어내어 떨구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꽃이 떨어진다는 ‘잎의 갑질’ 현상이라는 길벗 돌풀의 표현에 동의한다.
코로나 이전, 벚꽃 축제가 열리던 이맘때면 어느 축제에나 볼 수 있었던 익숙한 情景들이 생각났다. 통행이 힘들 정도로 도로를 꽉 메운 인파, 너도나도 기념사진 찍기에 정신없는 연인들과 가족이나 친구들, 길가 양쪽으로 빽빽하게 늘어놓은 온갖 종류의 만물상 좌판과 호객소리, 공터에 설치한 여러 종류의 각설이 품바 공연장, 또 다른 공터에는 부녀회에서 설치한 온갖 종류의 먹거리 간이식당에서 낮술에 불콰해진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등 여러 群像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는데 코로나로 지금은 비교적 한산했다.
벚꽃 길을 걷다가 길 옆 수남마을 어느 집(작천정 하트집이란다) 정원에 피어있는 여러 색깔의 화려한 능수매화에 이끌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친절한 주인아저씨가 집에 들어오란다. 며칠 전에 가수 금잔디가 와서 <꽃 사세요>란 노래의 Video 배경화면으로 이 꽃들을 촬영해 갔다는 자랑을 들으며 집에 와서 You Tube <금잔디 세상 또는 작천정 하트집>에 구독 신청을 하고 노래를 듣고 댓글도 달았다.
벚꽃 길을 지나면 나타나는 인내천 바위는 그냥 지나치고 작괘천으로 간다. 신불산 동쪽 사면 계곡에서 홍류폭포를 거쳐 흘러내리는 물과 간월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합쳐져서 등억리를 거쳐 태화강으로 흐르는 작괘천은 울주 12경 중의 하나이다. 수백 명이 앉을 듯한 너른 마당바위와 흐르는 물에 굽이굽이 깎이고 군데군데 움푹 파인 화강암 너럭바위와 옛날 식당(지금은 포크레인으로 철거 중) 옆에 서 있는 한그루의 벚꽃나무를 배경으로 한 작천정의 秘境은 벚꽃이 만개한 지금이 절정이다.
작천정 하트집
등억마을
작천정 너럭바위(마당바위)
작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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