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의 생활/여행과 사진

경주-2(2022년 8월 4일)

물배(mulbae) 2022. 8. 6. 07:22

여름날의 경주 -2(202284)

 

  칠월칠석날이다, 금년 들어 가장 덥단다. 전 번 경주를 갔다 와서 해바라기 꽃이 필 때 한 번 더 오기로 하였는데 차일피일하다가 후배가 보내온 동부사적지 꽃단지의 활짝 핀 해바라기 꽃 사진을 보고 허겁지겁 경주에 갔다. 노포동에서 시외버스(09:40)로 경주터미널에서 내려(10:30) 혹시나 시간이 남으면 오랜만에 흥덕왕릉에나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터미널 옆에 있는 시내버스 주차장에서 경주201번 시내버스 시간을 알아보니 이곳 기점 출발시각이 1245분이란다. 시간을 기억하고 항상 하던 대로 대릉원 후문으로 들어가서 포토 존 두 곳(천마총 옆 연못 포도 존과 능과 능 사이 목련나무 포토 존)에서 사진을 찍고, 정문으로 나와 첨성대 동부사적지로 갔다.

  백일동안 피는 배롱나무 꽃은 아직은 볼만했고 지금 한창 만개해 꽃團地를 돋보이게 하는 나무수국이 기념사진을 찍기에 바쁜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했으나 내가 기대하고 찾은 해바라기 꽃은 이미 시들어 가고 있었다. 여름 햇볕을 따라 수없이 고개 돌리던 샛노란 꽃잎도 이제는 검은 색으로 시들어가는 해바라기 꽃잎을 바라보며 꽃이 시든다는 것은 꽃이 시듦으로서 튼실하고 커다란 씨방 속에 촘촘히 박힌 해바라기씨앗을 알알이 영글게 하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싹이 트고 잎이 나서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열매 맺고 시들어가는 것은 모든 식물의 종족보존의 과정인데 꽃의 아름다움만 찬양하는 것은 인간들의 자기중심적인 이기심 때문이 아닐까.

  해바라기를 출사하고 도로 건너 연꽃단지로 갔다. 紅蓮, 白蓮이 화려하던 지난번과는 달리 여기도 꽃은 듬성듬성하고 연밥만 앙상하게 가지 끝에 매달려 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남아있는 연꽃을 출사하고 돌아 나오니 시간은 1230, 아침에 생각해 본 흥덕왕릉 굽은 소나무가 생각나 점심도 건너뛰고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허겁지겁 버스를 타고 성동시장(구 경주역) 앞에서 내려 201번 버스(1250)를 탔다.

  흥덕왕릉 가는 길은 오랜만에 가는 길이라 옛날하고 많이 변해있었다. 주위에 소를 사육하는 목장도 많이 들어섰고 손님도 없이 하루에 3번만 다니는 시골버스라 그런지 마스크도 끼지 않고 운전하는 늙수그레한 운전기사도 불친절했다. 아마 이 더운 날에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왕릉을 찾아가는 미친 늙은 사람으로 생각했을 거다. 그래서 그런지 분명 내릴 곳이 육통2리라 이야기했는데도 내려주지 않아 한참을 더 걷게 만들었다. 흥덕왕릉 입구 정류소에서 내려 되돌아오는 201번 버스 운행시간표를 검색하니 1635분에 막차인 것을 알고 왕릉으로 갔다. 왕릉을 둘러싼 구불구불한 소나무는 언제 봐도 기이하다. 바람의 영향이라면 한 방향으로 굽어야 할 텐데 이 곳 소나무는 굽은 방향이 완전 제멋대로다. 이건 완전 트위스트 소나무 천지다. 비가 온 후 구름 낀 날이나 아침 안개가 잔뜩 낀 날에 이곳을 찾아 구불구불한 이 소나무군락을 셔터시간 타이머를 걸어 촬영하면 마치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올 듯한 夢幻的寫眞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재미로 하는 아마추어 찍사인 나로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열정은 물론 그런 시간과 마음의 여유도 없는 것이 문제다. 또 흥덕왕릉은 외국(서역인)인인 무인석과 왕릉을 둘러싼 12지상, 주위에 심겨진 소나무 등은 괘릉(원성왕릉)과 너무도 흡사하다. 아마도 쇠퇴해가던 통일신라 말기 왕권쟁탈이 한창이던 시절 손자인 흥덕왕(42)이 할아버지인 원성왕(38)의 영향을 받았거나 장보고의 청해진과 같은 외국(당나라 또는 서역)과의 교류의 영향이었을지 모르겠다.

  왕릉에서 다시 도로로 나오니 1440, 201번 버스를 타려면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안강까지 걷기로 하고 도로를 따라 무작정 걸었다. 차도 별로 다니지 않고 인적도 없는 한적한 도로를 자외선을 피하기 위해 양산을 쓰고 걸어 걸어오다가 보니 새터마을도 나오고 한참 또 걸어오니 새로 생긴 아파트가 많은 신도시가 나왔다. 길 가는 친절한 아가씨에게 경주 가는 버스정류장을 물어 우방아파트 앞 정류장에서 마침 경주로 가는 219번 버스가 와서 버스를 타고 경주터미널에서 내려 노포동행 버스를 탔다. 남이 보면 나를 반쯤 미친 사람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도 할 말은 많다. 혼자서도 재미있게 잘 살아가고 있노라고.

 

대릉원 연못 Photo Zone

대릉원 목련 포토 존

배롱나무

만개한 나무수국(식재도 23 :목수국)

흥덕왕릉 가는 가장 빠른 정류소(경주시 안강읍 육통리)

트위스트 소나무

무인상(서역인)

문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