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의 생활/여행과 사진

감포 깍지길(2022년 10월 11일)

물배(mulbae) 2022. 10. 12. 22:34

감포 깍지길(20221011)

 

벌써 아침저녁과 밤에는 날씨가 제법 쌀쌀한 가을이다. 이맘때면 찾곤 했던 경주동부사적지(월성지구)꽃 단지의 핑크 뮬리(분홍쥐꼬리새)가 생각나서 경주에 가기로 하고 노포동터미널에서 경주포항행 시외버스(10:20)를 탔다. 먼저 감포깍지길을 먼저 걷고 돌아오면서 꽃 단지를 들르기로 하고 경주터미널 정차장에서 출발하는 감포행 100번 버스(11:40)를 탔다. 버스가 분황사 앞을 지날 때 창밖을 보니 황룡사지 발굴지 너른 터에 코스모스 단지가 조성되어 사람들이 몰려있는 것을 보고 돌아올 때 들르기로 하고 감포 등대삼거리(12:40)에 내려 금강산도식후경이라고 중화요리집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송대말 등대로 갔다. 감포깍지길은 해파랑길 11코스(나아해변에서 감포항)12코스(감포항에서 양포항)가 겹치는 구간으로 송대말 등대에서 전포항 까지다. 몇 년 전 해파랑길을 걸을 때와 작년 이맘때 경주 역사문화탐방 스템프 투어 때 봉길(문무대왕암)에서 감은사지를 거쳐 이견대, 전포항을 거쳐 감포항까지 걸으면서도 시간에 쫒겨 감포깍지길의 妙味를 느껴보지 못하였기에 이번에는 짧은 거리라서 느긋하게 둘러보기로 하였다.

수령이 3,4백년이나 된 海松에 둘러싸여 있는 이 등대는 감포읍의 상징인 감은사지 석탑모형을 본떠 만들었다는 하얀 등탑과 푸른 소나무 숲이 잘 어우러져 松臺末이라는 地名과도 너무 잘 어울려 한번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등대이다. 등탑전망대에서 언제 봐도 항상 푸르른 동해바다를 眺望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사진 찍기 좋은 녹색명소에서 사진을 찍고 그저 당신 곁에서 당신의 밤하늘을 비춰주는 나는 행복합니다.#등대 #속마음이라 써진 벽을 따라 해변에 내려가면 일제시절부터 축양시절을 하여 고기를 길렀다는 시설물의 잔해를 볼 수 있다. 등대를 돌아 나와 빛 체험전시관에 들러 거울에 반사된 빛을 한 컷하고 해변으로 내려와 양포항 쪽으로 해파랑길 12코스로 따라가다가 전망이 좋은 곳이 나오지 않아 포기하고 되돌아 나와 깍지길로 방향을 잡았다.

작년에 왔을 때 먹었던 활어센터에는 지금도 손님이 별로 없이 한산하기만 하고, 활어센터를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크고 작은 고기잡이배가 정박해 있는 감포항이 나온다. 항구에는 어구를 손질하거나 잡일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부분 동남아계통의 외국인 선원들이고 오토바이를 타고 떠들며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들이라는 현상을 보며 우리나라 어업은 지금은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3D업종의 하나 라는 사실에서 가난했던 우리의 젊은 시절과 대비되어 격세지감을 느꼈다. 농촌도 그렇지만 어촌에서 고기를 잡아서 먹고살아가는 어업에 종사하는 이런 사람들이 머지않아 늙고 죽으면 과연 누가 이런 업종을 계승할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해본다. 수십 년 전, 횟집에서 회를 먹고 12일의 감포여행이 직장모임의 유행처럼 여기던 시절의 잘 나가던 활어횟집 거리는 건물은 낡았어도 간판은 여전한데 관광객은 거의 없고 그 많던 호객행위도 눈에 띄지 않았다.

가자미와 가오리를 말리는 어촌마을을 지나 감포항을 벗어나 전촌항으로 가는 해변 길은 깍지길의 白眉였다. 오른쪽 산기슭에는 해국(아직 덜 피었다)이 지천으로 뒤덮여있고, 군 작전지역 경고판이 붙어있는 산길을 피해 해변으로 돌아가면 용굴(단용굴)이 나오고, 여기에서부터 소나무 숲길을 데크를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다보면 사룡굴이 나온다. 바닷가 용굴까지 내려가 바닷물이 밀려들어 철썩철썩 부딪치며 밀려나는 바위구명을 보니 전번 해파랑길을 걸을 때 무심히 지나쳤던 생각이 나서 어디에서 어디까지의 목표를 정하지 않고 그냥 천천히, 천천히 걷는 슬로우 라이프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올라와 전포항 정류소에 오니 마침 경주행 100번 버스가 와서 타고 분황사 앞에서 내려 아침에 올 때 본 황룡사지 코스모스 단지로 갔다.

복원공사를 위해 정지작업을 해 놓은 끝없이 넓고 넓은 황룡사지 절터를 보면서 일부에 심어놓은 코스모스 단지도 이렇게 넓은데 아무리 국가가 관리하는 호국사찰이었다고 하더라도 규모면에서 볼 때 옛날 신라시대 그때의 절터가 맞는 것일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어쨌든 경주는 신라 천년의 역사박물관 도시가 맞는 것 같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데 한 곳을 더 보아야하기에 바람에 불리어 하늘거리는 빨갛고, 하얗고, 분홍색인 코스모스를 서둘러 출사하고 동궁과 월지를 쳐다보고 대충 방향을 잡아 길도 없는 넓은 절터를 가로질러 펜스가 처진 울타리를 돌아가니 황룡사지 주차장이 나오고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를 따라가다가 동궁과 월지 뒤편 폐철로가 나오기에 철로를 따라 걸어 월지 연꽃단지로 들어갔다.

여름 한 철 화려하던 연꽃은 옛말, 말라 시든 연잎만 스산한 바람에 날리는 연 밭을 지나 문이 닫힌 펜스를 타넘어 핑크 뮬리가 환상적인 월성 꽃 단지로 갔다. 동부사적지구 꽃 단지에는 전번에 해바라기가 있던 곳에 새로 심은 이모작 해바라기 단지에는 샛노란 해바라기 꽃이 피기 직전(몇 송이만 피어있다)이고, 일부는 새빨갛고 일부는 연녹색인 댑싸리도 제마다의 색깔을 뽐내고 있는데 이것과 대비되어 일몰 직전의 석양에 반사되어 거대한 분홍색 물결을 이루는 핑크 뮬리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으스름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구경나온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사진 찍기에 열을 올리고, 첨성대 주위에는 전등이 하나둘씩 어둠을 밝히기에 서둘러 버스를 타고 경주터미널로 왔다. 오늘 하루도 Amuse myself !!

 

감은사지 4층석탑을 모형화한 송대말 등대

그대 당신 곁에서 당신의 밤하늘을 비춰주는 것 만으로 행복합니다.

사진찍기 좋은 녹색 장소

일제시대부터 축양시설을 하여 고기를 길렀다는 장소

송대말 등대 빛 전시관

바위에 자라난 소나무들

해파랑길 11코스(나아해변- 감포항), 12코스(감포항 - 양포항)

옛날 밀수로 부유했다던 전설의 감포항

말린 가자미와 가오리

해국

군 작전지역을 우회하여 만든 해파랑길

단용굴(밧줄을 타고 위 위에 올라가야 볼 수 있다), 접근 불가

데크 계단을 따라가면 사룡굴이 나온다

사룡굴(가까이 접근 할 수 있다)

경고

전촌항

이곳에서 100번(100-1번) 버스를 타면 경주터미널 도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