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걷자
배 명 조
'약보(藥補)보다는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는 행보(行補)가 낫다'라는 옛말과 같이 걷기는 만병통치다. 울산 태화강 대공원 십리대밭 숲길에 가면 걷기가 건강에 좋은 점을 그려 놓은 입간판이 서 있다. 울산 중구보건소에서 제작한 이 간판의 내용을 살펴보면 걷기가 얼마나 우리 몸에 좋은지를 알 수가 있다. 먼저 뇌졸중 예방 효과다. 1주일에 20시간을 걷는 사람은 엉킨 피에 의한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40% 이상 낮아진다. 둘째, 비만 치료에 좋다. 하루 30분 이상 계속해서 걸으면 수백 칼로리의 열량을 소진하여 체내지방을 감소시킨다. 셋째,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 빨리 걷는 속도가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어 우울증이 사라진다. 넷째, 하루 30분 이상 활기찬 걷기는 당뇨병 예방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거의 2배의 효험이 있다. 다섯째, 고혈압에도 효과가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혈액의 점도가 떨어져서 심장마비에 걸릴 위험성이 50% 가까이 낮아진다. 여섯째, 근육과 뼈를 강화시켜 70대에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이 50% 가까이 낮아진다. 일곱째, 무릎 주변의 근육을 강화시켜 관절염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등등
이런 과장된 운동효과를 전부 다 믿지는 못하겠지만 걷기가 살을 빼는 데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알다시피 비만은 체질에도 관계되지만 결국은 식사량에 비해 운동량이 부족한데서 온다. 급격한 사회·경제적 발전과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먹을 것이 넘쳐나서 필요 이상으로 과분하게 먹고, 인터넷 보급이나, 사무자동화, 자가용 운행 등으로 움직이지 않고도 편하게 사는 것이 습관이 되어 운동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남은 영양분이 체내에 지방으로 축적되어 비만이 나타나는 것이다. 체내의 지방은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나뉠 수 있는데, 특히 뱃속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된 복부비만(내장비만)은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골다공증 등 여러 가지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고 하니 아주 심각하다. 비만을 치료하는 방법은 식사요법이나 운동요법, 약물복용 등 여러 가지가 있다지만 한번 찐 뱃살은 쉽게 빠지지 않는 것이 또한 복부비만이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며칠 굶어봐야 얼굴살만 빠지고 뱃살은 그대로이며, 조금만 잘 먹어도 뱃살부터 찌니 뱃살 빼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가는 경험해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이러한 비만치료에 걷기는 신이 내린 최고의 자연요법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걷기는 특별한 장비나 경제적인 투자 없이도 마음만 독하게 먹으면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유산소운동이며 다이어트운동이다.
요즈음은 이런 걷기운동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져 걷기를 생활화하고 규칙적으로 걷기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다행이다. 공원이나 둘레길에 가 보면 열심히 걷기운동을 하는 사람들(특히 챙이 큰 모자를 눌러쓰고, 히잡을 둘러쓰듯 마스크와 수건으로 얼굴과 목을 가리어 눈만 조금 나오게 해서 열심히 걷는 여자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 중요성에 비해 걷기운동을 생활화하고 실천으로 옮기기가 힘든 것이 또한 걷기운동이다. 왜냐하면 걷기운동은 한두 번 한다고 효과를 얻는 운동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끈기 있게 그리고 규칙적으로 꾸준하게 해야 하는 운동이긴 하지만 건강할 때에는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걷기운동은 어떤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재미도 없을 뿐 아니라 남들과 함께 하는 단체경기와는 달리 오직 혼자서 해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고 의지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을 바꾸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을 바꾸면 운명이 바뀐다는 말을 생각해보면 양질의 걷기도 우리가 생활화하고 익혀야할 하나의 습관임에 틀림없다.
걷기운동을 생활화하고 습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걷기에 대한 거부감부터 버려야 한다. 걷기는 운동이 아니라 일상생활이다. 사람(다른 동물들은 걷지 못하면 바로 죽음을 의미한다)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걷는다. 태어나서 뒤집고, 배밀이 하고, 기고, 앉고, 서고, 걷고, 뛰기까지가 성장과정이며 걸어다니는 것이 일상생활인데도 움직이지 않고도 편안하게 잘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걷기가 운동이고 고역으로 느껴질 따름이다. 다행히 나는 어릴 때부터 참 많이도 걸어 다녔기에 지금도 걷는 데는 거부감이 없다. 그리고 아무리 멀어도, 혼자서도 잘 걸을 수 있다. 중·고등학교 6년 동안, 결석 한 번 하지 않고,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8km가 넘는 거리를 아침저녁으로 혼자서 걸어다닌 덕분으로 걷는 것에는 이력이 났다. 지금은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찍느라고 조금은 뜸하지만 수석에 빠져 탐석을 즐겼던 지난 수십 년 동안 무수히 많은 산야를 헤맨 것도 걷는 데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다음은 걷는 즐거움을 느껴보는 것이다, 논어에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고 했다. 즉 ‘아는 것은 좋아함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거워하는 것만 못하다’라는 것이다. 걷는 것을 즐기라는 것은 처음부터 되는 것이 아니고 자꾸자꾸 걷다보면 즐겁게 되는 것이다. ‘걷는 것은 청복’ 즉 맑은 즐거움이라고 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이나 ‘가장 중요한 것은 길 위에 있다’고 한 니체의 말처럼 걷다보면 풍경도 새롭게 보이고, 걷다보면 즐거움도 생겨나는 법이다. 경보를 하듯이 걷는 것에 목숨을 걸고 경쟁하듯 걷지 말고, 마음속에 어떤 즐거운 것을 상상하거나 마음을 비우고 무작정 유유자적하며 재미삼아 걸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아니면 지금의 나와 같이 디카(디지털 카메라) 들고 다니며 잘 찍지도 못 하는 사진이더라도, 주위를 둘러보아 아름답다고 생각되면 한번쯤 셔터를 눌러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걷기를 즐기기 위해서는 걷고 싶은 길을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걷고 싶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길이란 처음부터 생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다녔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걷고 싶은 길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그 길을 좋아하기 때문에 많이 찾고, 많이 찾기 때문에 이름 있는 길이 된 것이다. 자기 자신만의 걷고 싶은 길도 마찬가지다. 걷다보면 다음에 또 오고 싶은 기분 좋은 길이 있고 걷다보면 또 다른 좋은 길이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길을 많이 알고 있으면 편리할 때가 많다. 계절이 바뀌거나, 잠에서 깨어나 문득 그 길이 생각날 때 망설임 없이 가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요즈음은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걷고 싶은 길도 많고 이름난 길도 많다.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 울산 태화강 산책길, 김해 가야 산책로, 무학산 둘레길, 팔공산 테마길 등, 자기 지방을 관광 자원화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앞다퉈 개발하였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걷고 싶은 길은 많다. 그러나 구태여 멀리 갈 것 없이 부산에도 좋은 길이 많이 있다. 산길도 있고 바닷가 둘레길도 있고, 강길도 있고, 들길도 있다, 부산의 길이 좋은 이유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바다와 산, 강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절경이 많다는 것이다. 내가 가 본 부산의 테마길 중에서 내 멋대로 순위를 매겨 보면 (1) 절영 산책로 (2) 이기대 산책로 (3) 삼포길(문텐로드) (4) 몰운대 산책로 (5) 암남공원길 (6) 온천천 산책로(7) 감전동·삼락강변산책로 (8) 오륜대·회동 수원지길 (9) 가덕도 해안 산책로 (10) 을숙도·명지 뚝 길 등이 있고 그 밖에 금정산 둘레길, 백양산 임도, 장산에서 기장까지, 황령산에서 돌산 벽화 마을까지 등 수없이 많으며 강 길로는 ,덕천 하수도펌프장에서 화명동까지 20리 길, 명지에서 공항 둑길 (서 낙동강), 구포에서 대동 수문까지 등 너무나 많아 일일이 소개하기가 힘이 든다.
한 가지 덧붙여 이야기하면 길을 걸으러 갈 때에는 무조건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어디에 주차를 하며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걸을지 고민이 참 많다. 그래서 대부분 차를 주차해놓고 조금 걷다가 갔던 길을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러니 주차간산이 되고 만다. 산은 산 밑에서 쳐다보아야 아름답고, 길은 들머리에서 날머리까지 끝까지 걸어봐야 그 맛을 안다고, 길에는 차를 타고 스쳐지나가는 주차간산으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풍경들이 너무 많다.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항상 같은 자리에 있는 풍경도 새롭게 보일 때가 있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길도 보인다. 그러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불편함도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걷는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걷는다는 것은 오직 나의 두 발을 움직이는 행위이기 때문에 사실은 누구나 피곤하다. 여름날 뙤약볕 아래서는 더욱 지치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될 때에는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다. 그러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아무리 피곤해도 건너뛸 수 없기 때문에 어차피 끝까지 걸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는 더욱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다. 어찌되었든 걷기는 건강에 좋다. 우리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도 많이 걷고, 자주 걷고, 즐겁게 걸으면서 살아야 하겠다. 어떤 건강식품 광고를 인용하여 걷기를 이렇게 홍보하면 어떨까? "걷기가 우리 몸에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잘 걸을 방법이 없네. 매일 함께 걸을 수도 없고…"
※ 블로그 (http://blog.daum.net/mulbae)
※(1) 절영 산책로 : 영도 태종대 등대 -신선암- 자갈마당 - 선착장 -감지해변 산책로 - 중리 해녀 촌 -절영 산책로 - 남항대교 -자갈치 시장
(2) 이기대 산책로 : 백운포 해군 작전사령부 - 오륙도 광장 - 농 바위 - 동생말 -금련산역
(3) 삼포길(문텐 로드) : 미포- 청사포 - 구덕포 - 송정 - 공수마을 - 용궁사 - 오랑대
(4) 몰운대 산책로 : 몰운대 - 화손대 - 다대포 해수욕장(강둑길을 따라 하단까지, 벚 꽃 길)
(5) 암남공원 : 천마산 - 감천항 등대 -송도 해안 산책로 -송도 해수욕장
(6) 온천천 산책로 : 두실 - 연산동
(7) 낙동강변길 : 감전 야생화단지 - 삼락 강변산책로 -구포대교
(8) 회동 수원지길 : 선동(두구동) - 오륜대 - 오륜동 -윤산 - 북장대 - 동래읍성 선동 - 오륜대 - 회동동 - 아홉산 - 철마
(9) 가덕도 해안산책로 : 눌차 마을 -동선 세바지 - 대항 세바지 - 천성마을
(10) 서 낙동강변길 : 을숙도 - 명지 - 공항 둑길 - 구포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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