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의 생활/사진 일기

대명석곡과 군자란(2021년 3월 14일)

물배(mulbae) 2021. 3. 15. 17:15

★ 금년에는 대명석곡이 세 송이 꽃을 피웠다. 우리집에 온지도 십 수년(2007년 즈음, 지금은 없어진 노포동 화성농원에서 구입)이 된 것 같은데 매년 피우는 꽃(어떤 해는 조금 적게 피울 때도 있었지만)이지만 특별히 가꾸거나 신경쓰지 않는데도 봄이 채 오기도 전 늦겨울에 싱싱하고 커다란 꽃대가 불쑥 튀어나와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망울(자세히 보면 정말 아름답다)을 주렁주렁 매달고 꽃을 피우는지 참으로 경이롭다. 향기 또한 얼마나 진하고 자극적인지,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 창문을 열면 온 집안이 온통 꽃향기로 가득찬다. 어떤 때는 향기가 너무 진해 코를 자극해 창문을 열기가 겁이 날 정도였었었는데, 꽃나무가 늙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금년에 핀 꽃은 예년에 비해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향기를 뿜어 한결 맡기가 수월하다. 꽃의 향기가 아침에는 진하다가도 저녁무렵에는 연해지는 것을 볼 때, 식물도 자기가 뿜어내는 향기를 恣意的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이 꽃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람의 향기도 相對方에 따라 自由自在로 다르게 조절하여 뿜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君子蘭, 이 꽃도 우리집에 온지가 대명석곡보다도 더 오래된 것 같다. 처음에는 한개의 화분에 한 포기씩이었는데 지금은 새끼를 많이 쳐서 포기가 너무 많아 화분이 복잡하다. 분갈이를 해 주어야 하는데도 차일피일 하다가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그런대도 포기마다 꽃대가 올라와 서로 높이 올라오려고 난리 법석이다. 君子蘭이라는 이름답게 보면 볼수록 꽃은 아름답고 화려하나 아쉽게도 香氣가 없다. 향기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만 그것은 오직 사람의 욕심일 뿐이다. 植物의 香氣는 繁殖하기 위한 동물 유인용이라던데 그냥 뿌리로 새끼를 쳐서 번식하는 이런 꽃은 향기를 뿜을 필요가 없어서 향기가 없는 것일까? 사람도 늙어 번식기가 끝나면 향기를 뿜어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향기 대신 늙은이 냄새만 나게 되는 것이겠지. 비록 몸은 늙고 추해도 정신만은 깨끗하게, 향기는 아니더라도 汚物 냄새 풍기지 않는 깨끗하게 늙고 싶다. 또한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