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의 생활/여행과 사진

단풍여행 - 2

물배(mulbae) 2021. 11. 19. 14:02

 약속시간(21시 이전)에 맞춰 창곡의 아파트에 도착하니 출타(百壽를 누리고 계시는 모친을 돌보느라 일주일에 2일을 모친과 함께 생활하는 孝子)에서 돌아오는 창곡과 함께 아파트에 들어가니 아무도 없는 집에서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장 동석이 우리를 반긴다. 83평이라는 넓은 아파트에서 우리 늙은 친구 6명이 보낸 밤 시간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 대구를 떠나 서울대에서 학업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LA에서 산지 40년이 되었다는 동석이가 사왔다는 술(발렌타인 30년산)을 마시기 시작한 술판에서의 끝없는 땃다붓다는 약속시간(11)을 훌쩍 넘겨 새벽 1시까지 이어졌다.

  처음에는 옛날 어릴 적 학창시절(,,)의 무용담에서부터 살아온 이야기, 同期들의 近況과 빠질 수 없는 건강 이야기로 시작하여 창곡의 하모니카 연주, 국선에 특선을 한 창곡의 글씨, 고인이 된 김 황희 여사의 시화, 소장하고 있는 서예작품과 그림이야기(이 석조 화백의 그림과 순애보, 천재화가 전 영발 화백)를 대화의 장르를 넘나들다가 창곡이 모나코 니스해변에서 사왔다는 독한 술 압상트(빈 센트 고흐가 이 술을 먹고 귀를 잘랐다고 함)를 마시면서부터 술 이야기로 비약을 거듭하다가 마지막으로 맥주로 끝냈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 처방 받은 수면제 한 알을 먹고 뻗었다.

아침에 예정보다 늦게 기상하여 짐을 챙겨 차에 싣고 창곡의 가이딩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먼저 팔공산삼거리식당에서 능이버섯 순두부찌개로 아침을 먹고동화사로 향했다. 가는 도중 팔공산 도장골의 양석(男根石)을 모아 놓은 노천 전시장에 들렀다. 크고 우뚝 솟은 많은 양석 들 -- 그냥 돌입니다산길에 강변에 그리고 할 일없이 철썩거리는 바닷가에그저 그런 곳에 뒹굴고 있는 하나의 돌이지요 -- 중략그냥 돌일 뿐입니다.

  팔공산 동화사, 차를 주차시킨 후 먼저 들린 곳은 삼층석탑과 석조비로자나불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나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동화사 비로암이었다. 비로암에서 나와 동화사 경내를 둘러보고 노태우 대통령 때 세운 통일약사여래대불도 보고 노태우 생가로 갔다. 두 대의 차가 교차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좁은 진입로를 따라간 여느 대통령 생가답지 않은 초라한 생가를 보니 功過를 따지기 이전에 榮辱의 만감이 교차함을 느꼈다. 역사 바로 세우기, 적폐청산, 과연 무엇을 위함일까? 孟子人必自侮然後人侮之 家必自毁而後人毁之 國必自伐而後人伐之라는 말이 생각났다. 돌에 새겨진 업적 중 적성국 중, 쏘 포함 34개국 국교수교 등은 가장 큰 업적이라는 국상이의 말에 수긍하면서---

  팔공산 외고집식당에서 능이오리백숙으로 점심(창곡이 점심 값을 지불해서 고맙고 미안했다)을 먹고 파계사로 갔다. 파계사 입구까지 연결된 팔공산순환도로 길가에 심어진 단풍나무가로수의 단풍이 너무 아름다웠다. 언제 봐도 아늑하고 고즈넉한 파계사는 영조의 출생과 관계되는 설화가 있는 절이다. 비로자나불을 모신다는 원통전, 적묵당, 진동루 등을 보고 불로동 봉무 고분공원을 산책하고 불로시장 누드닭발집에서 대구 친구 임 성규와 한 창규 합석하여 누드닭발과 술 파티로 대구행사 끝, 운전 담당 정호, 물심양면으로 수고해준 창곡에게 너무 많은 폐를 끼친 것 같다.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을꼬.

 

전영발 화백 그림

이석조 화백 그림

고흐가 귀를 자른 술 압상트

능이버섯 순두부 전골(팔공산 삼거리식당)

그냥 돌입니다

동화사 비로암

동화사

노태우 생가

파계사

불로동 고분군

누드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