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의 생활/돌풀과 함께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2022년 11월 22일)

물배(mulbae) 2022. 12. 10. 19:18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20221122)

 

  길벗 돌풀과 언양에 가기로 한 날이다. 노포동에서 1030분에 만나 언양행 시외버스(10:50)를 타고 ()언양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내리니 1135, 맞은편 버스정류소에 가니 반구대입구(봉계행)가는 308번 버스가 10분 후에 온다고 전광판에 떴다. 가는 날이 장날(마침 오늘이 2,7 언양 장날)이라고 다니다보면 90분 배차간격인 버스를 10분만 기다리면 되는 행운도 얻을 수 있는 것이리라. 시골버스가 다 그렇듯이 장보러 왔다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왁자지껄한 이야기를 들으며 반구대 입구에 내려 조금 걸어가다가 보니 새로 생긴 주차장에서 반구대암각화박물관까지 왕복하는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었고, 친절한 안내인의 안내로 셔틀버스로 박물관까지 갔다.

  박물관에서 나와 반구대암각화로 가는 길은 경관이 빼어난 절경이다. 길가의 붉게 물든 애기단풍나무를 배경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드는 대곡천과 맞은편 반구대 바위(최신기가 남긴 반구10경이 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하나 건너갈 수 없음)와 비래봉을 비롯한 반구대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킬 만큼 아름답다. 또 마을 길가에는 옛날에는 많은 시인묵객들이 찾아 주위의 빼어난 풍경을 찬양하는 작품과 시문을 남겼다는 集淸亭(청백리 병조판서 최진립 장군의 증손 최신기가 조선 후기 1713년에 지었다는 정자)은 반구대암각화로 가는 진입도로가 옛 정자마당을 지나가서 대문만 길에 접하고 있어 출입이 금지되어 을씨년스럽게 서 있다. 또 집청정과 이웃하고 있는 반구서원(반고서원)도 자물쇠만 채워진 채 출입금지이고 머리 보이는 반고서원유허비(고려말 우왕1년 언양으로 귀양 온 포은 정몽주 선생의 학덕을 기리는 유허비), 공룡발자국화석을 보며 국보285호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암각화에 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신석기 후기에서 청동기까지) 고래사냥 모습이 새겨진 암각화로 알려진 반구대암각화는 고래를 비롯한 해양성동물과 호랑이 등의 육지동물, 사람, 얼굴, , 작살, 그물 등 약 300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고 하나 망원경으로 봐도 희미한데 해설사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하고 설명도 상세하고 장황하다. 여름에는 관광객이 많았다고 하나 겨울 초입에 든 지금은 구경 온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반구대안길 반구대마을 소개를 계속 따라오면서 설명하는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다음에 언젠가 기회가 오면 반구대 안동네도 한번 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천전리각석으로 갔다.

 

울산암각화박물관

반구서원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대곡천

 

반구대암각화

  반구대에서 천전리각석으로 넘어가는 스토리텔링(태화강 100)길은 대곡천을 끼고 가는 아름다운 길이다. 백련구곡으로 알려진 대곡천의 굽이굽이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호젓한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아무 곳이나 걸어서 여행하는 나와 같은 아날로그형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리라. 십 년 전 여름, 개울가에 앉아 각석탁본으로 각석의 문양과 밑에 새겨진 신라시대 銘文 해설을 하고 계시던 할아버지(여름 뙤약볕이 싫어 양산을 쓰고 다닌다고 젊은 사람이 그게 뭐냐고 꾸중을 하시던 그 때 연세가 아마 80대 후반)는 벌써 돌아가셨겠지. 국보제147호인 울주천전리각석에는 각종동물문양과 동심원, 나선형, 용문, 마름모 등의 청동기시대로 추정되는 추상적인 문양과 역사시대에 새겨진 돛을 단 배. 용 등의 가는 그림과 신라시대의 銘文 등이 새겨져 있다. 각석 앞 너럭바위에는 공룡발자국화석도 있고.

  각석을 나와 울산대곡박물관(20066월 개관)으로 갔다. 박물관안에는 대곡댐 건설당시 편입부지 발굴조사로 대곡천유역의 생산유적(2전시실, 토기, 분청자기, 백자, 옹기, , , 기와 등)과 대곡천 유역의 구곡문화와 불교문화(1전시실), 대곡천유역의 고분과 사람들(3전시실, 삼정리 하삼정고분군 무덤 1천기, 하삼정 유적지)이 전시되어 있었다. 옛날 수석탐석에 빠져있던 시절(199034), 고속도로 인보 간이정류소(그 때는 대구행 고속직행버스가 인보에 세워 줌)에 내려 두동면 삼정상리, 삼정1, 삼정2, 하삼정을 거쳐 개울을 따라 방리까지 갈 때 처음 마주친 白蓮書舍(백련정, 수옥정, 1784陶窩公 崔南復이 지은 정자)와 최남복의 九曲文化(백련구곡도가)에 대한 설명(십여 년 전에 왔을 때에도 한국의 구곡문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고 기억한다)을 여기에서 만날 줄이야. 옛날을 생각하면 항상 가슴이 짠하다.

  대곡박물관을 구경하고 천전리로 오는 길에 있는 대현마을 왕버들 노거수는 여전하고, 터덜터덜 걷고 걸어 천전삼거리에 와서 마침 바로 도착하는 308번 버스로 언양까지 왔다. 천연기념물인 천전리 은행나무 노란 단풍을 시간에 쫓겨 볼 수 없었다는 게 아쉬움을 남기면서---

 

울주천전리각석

울산대곡박물관

백련구곡가

대현마을 왕버들 노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