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풀과 오랜만에 내 고향 대구 골목투어(대구역 - 중앙공원 - 근대로거리 - 국채보상거리 - 진골목 - 약전골목 - 서상돈, 이상화 고택 - 계산성당 - 청라언덕 - 동산병원 - 서문시장 먹자골목 - 안지랭 계곡 - 안지랭막창골목)를 했다.
떠난지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대구의 옛길인 근대로(진골목, 약전골목)는 옛날 그대로이고, 옛날 고등학교 때 서문시장에서 청라언덕을 넘어 개울가 아흔아홉칸 집(장길상 고택) 앞을 지나며 적막강산인 집안을 기웃거리던 생각, 약전골목을 거쳐 대봉동 학교까지 걸어다니던 생각, 1960년대 서문시장 대 화재 후 모든 점포가 잿더미가 되어 폐허가 되어 모든 것이 불에 타서 시장 전체가 잿더미가 되어 황량하던 정경이 눈에 선하게 남아 있는 것은 그 때 아마 충격이 커서 그랬을까?
6.25때 피란 생활을 했던 안지랭이, 집에서 학교까지 빠른 걸음으로 2시간, 성당동을 지나면 동쪽으로 쭉 뻗은 직선 도로 아침엔 햇볕을 맞으며, 저녁에도 지는 해를 마주보고 혼자 걷는 등하교 길, 대명초등학교, 전매청, 안지랭이, 앞산 비행장, 미 팔군후문을 거쳐 학교까지 그 길고 먼 길을 3년 개근, 참 미련했다. 한 없이 방황하던 시절, 학교를 마치고도 집에 오기 싫어, 안지랭골을 지나 앞산 둘레길을 걸어 송현동까지 한 없이 걸었던 많은 나날들, 고등학교 1학년 때 입주 가정교사로 경북중 3학년짜리와 함께 달성동 어느 약국집 골방에서 눈치밥을 얻어 먹던 회상하기도 싫은 과거---
대구의 구 도심 근대로 옛길을 걸어서 그런지 몰라도 역시 대구는 후지다. 안지랭이도 변함 없다.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했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어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에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뿐하게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들이라 다 보고 있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었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수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잡혔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았겨 봄조차 빼았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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