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배의 교단수필/정년기념 수상집

활천 고개

물배(mulbae) 2008. 10. 6. 16:23

                      활천 고개    ( 김해고 교지 神魚 創刊號 - 1977년)


 동상동 집에서 학교까지 도보로 18분, 활천 고개를 하루에 두 번씩 넘은지 2년, 줄잡아 500번은 넘었나보다. 아침 출근 때는 경사가 비교적 완만(힘이 있어서 그렇게 느껴졌다.)하나, 수업에 시달리고 진이 빠진 상태의 퇴근길은 무척 힘들었었다는 생각을 한다.

 고개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야하니 오르막이 다하면 내리막이 있고, 오르막이 가파르면 내리막도 경사가 심한 것은 당연지사다.

 김해고등학교를 고개에다 비교한다면 아직은 오르막 초입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끝이 없는(정상은 멀다.) 오르막길일지 모른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말한 “등반의 기쁨은 정상을 점령했을 때가 가장 크다. 그러나 나에게는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과정 즉 길이 험하면 험할수록 가슴이 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정상을 향한 끝없는 도전, 그 과정 속에서 희열을 느낀다면 김해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지금 그 과정 속에 있다고 함이 옳을 것이고, 이런 제자들에게 더 큰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없었던 재직 시의 무능함을 후회하며,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할 뿐이다.

 활천 고개 마루에서 광활한 김해평야를 내려다보듯 언젠가는 정상에 서서 지난날을 내려다볼 김해고 재학생들과 그것을 위해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의 노고에 멀리서 찬사를 보낸다. (1975. 3. 1 ― 1977. 2. 28 김해고 재직, 제1회 졸업생 3 - 8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