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배의 교단수필/정년기념 수상집 10

기억력, 꽃 따로 잎 따로

기억력 나는 요즈음 부쩍 기억력이 떨어졌다. 학창시절에는 누구나 그랬듯이 나도 총명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영어단어에다, 어려운 수학공식, 국사시간에 들은 수많은 사실(史實)과 연대(年代),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시나 시조, 공약3장을 포함한 독립선언서, 특히 내가 좋아한 고문(古文)에 나오는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송강가사(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성산별곡, 장진주사 등)는 물론 외울 필요도 없는 반야심경(믿는 종교가 없음)이나 혁명공약, 국민교육헌장, 군인의 길, 불침번수칙 등등을 앵무새처럼 곧잘 줄줄 외우곤 했었다. 그런 것이 그때는 기억력이 좋다는 것으로 느껴져 자랑으로 여겼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무작정 외운 이런 단편적인 지식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삶에 도움이 된 적..